그리스인 조르바

조르바에게서 니체의 향기가 난다

  • 그리스인 조르바
  •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 역자: 이윤기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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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계속 눈에 밟히는 책들이 있다. 언젠가는 한 번 쯤 읽어봐야지, 마음속에 담아두는 그런 책들. 내게 『그리스인 조르바』도 그랬다.

‘그리스’라고 하면 왠지 먼 옛날, 신화 속 시대가 떠오른다. 그래서 처음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는 막연히 신화 시대 속 인물일 거라 생각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근현대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더 궁금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조르바는 과연 누구인가?

조르바는 어떤 존재인가

조르바는 참 아리송한 인물이었다. 아니, 작가부터가 이상했다.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쓴걸까, 조르바는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일까. 그냥 좀 호탕한 사람, 껄렁한 사람, 그렇지만 책임감은 있어 보이는 사람, 여자라면 환장하는 사람 정도이지 않은가?

작가는, 작중 화자는 싯다르타의 문답을 계속 곱씹으며 삶 속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화자도 내심 인정하다시피 학자연한, 먹물의, 인텔리적인 도피라는 명확한 한계를 보인다. 그렇다면 조르바는 이와 반대되는 실존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존재여야 할텐데, 내게 조르바는 그저 껄렁하기만 한 사람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중반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라? 조르바의 모습이 니체 철학과 닮았네?

힘을, 삶을, 생을 추구하는 조르바의 모습을 보니 니체 철학 속 힘에의 의지가 절로 떠올랐다. 이건 분명 다른 비평가들이나 평론가들도 비슷한 관점이었겠다 싶어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카잔차키스 본인도 니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을 스스로 시인했으며 많은 평론가들이 조르바를 행동하는 초인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조르바와 니체

이런 시선으로 보니까 갑자기 조르바가 확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니체는 춤을 출줄 아는 신만을 믿겠다 이야기했다. 조르바는 춤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말로는 담을 수 없는 진실을 몸으로 전했다.

조국, 조르바는 조국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했고, 니체는 국가를 괴물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르바만큼 삶에, 대지에 충실한 인간상이 또 있을까?

나에게 조르바는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니체를 떠나고 자신을 지키라고 말한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 역시 니체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다.

그렇기에 니체에 대해서도, 조르바에 대해서도 맹목적인 추종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르바의 모습은 내게, 니체를, 초인을 이해하는 좋은 단초가 되었다. 니체의 문장들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조르바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어렴풋했던 사상이 좀 더 명확하게 그려지는 듯 했다.

마무리

조르바에 대한 내용보다 니체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집어 넣은 그리스인 조르바 리뷰. 요즘 내 생각은 늘 기승전 니체로 이어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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